홍대 펍원 & 리틀 앨리캣 - 스톤과 히타치노 네스트 일상

회사가 본격적으로 바빠질 조짐이 보이길래 폭풍이 몰아치기 전에 자유를 만끽하러 홍대 펍원에 놀러갔습니다.

오늘 모임의 이유는 크게 2가지입니다.

1. 미국 [Stone Brewery]의 Black IPA인 'Sublimely Self-Righteous Ale'과
2. 일본 지비루인 [Kiuchi 양조장]의 Hitachino Nest(히타치노 네스트) 시리즈를 만나기 위함입니다.

참 좋아하는 맥주집인데도 은근히 오랜만에 온 것 같네요. 제가 요 근래에 맥파이에 너무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던 듯 합니다. ㅎㅎㅎㅎ "생맥주 하나로 승부한다.!!!" 언제나 자신감 넘치는 저 현수막은 볼 때마다 가슴이 쿵쾅 거리네요.

짜자잔~ 오늘의 주인공인 스톤 브루어리의 Black IPA인 'Sublimely Self-Righteous Ale'가 똭~~~~~ ㅎㅎㅎㅎㅎㅎ 직역하자면 '심하게 독선적인 에일'입니다. 한 마디로 자뻑이란 거죠. 스톤의 대표 캐릭터인 가고일의 터질듯한 근육질과 대용량 사이즈의 병, 어두운 외관 디자인에서 도도하고 독불장군 같은 스톤 브루어리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어두워서 펍원 생맥 뽑는 Tap 바로 앞에서 다시 사진을 찍어 봅니다. 멀쩡히 장사 잘 하는 업장에서 이게 뭔 짓인지 모르겠네요.;;;;; 이 자뻑 맥주는 'Beeradvocate'와 'Ratebeer'에서 각각 94점, 무려 100점을 획득한(물론 점수 높다고 다 갑은 아님) 대단히 평이 좋은 맥주입니다. 원래는 스톤의 Anniversary 형식의 맥주였다가 반응이 좋아서 레귤러 판매로 돌린 녀석입니다.

* Beeradvocate -> http://beeradvocate.com/beer/profile/147/38470
* Ratebeer -> http://www.ratebeer.com/beer/stone-sublimely-self-righteous-ale/96858/

아로마는 대단히 향긋합니다. 자몽, 파인애플의 아로마를 깨끗하고 선명하게 잘 뽑았으며 인디카 IPA와 대단히 흡사한 아로마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특수 몰트 아로마는 거의 없다고 봐야겠죠.

한 모금 마셔보니 홉 육수를 정말 제대로 우려 냈습니다. 탄 곡물의 맛이 살짝 나지만 전반적으로 홉의 풍미가 주를 이루며, 단 맛이 맴돕니다. 입 안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대단히 실키한데 아마 높은 온도에서 당화를 하여 몰티 스위트니스를 줌과 동시에 부드러운 바디를 만들어 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삼키고 나자 저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불쾌한 맛이 감지 되었는데, 여지껏 맥주를 마셔보며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일종의 동물성 맛이 났습니다. 동물성 맛이라는 표현 보다는 곡물, 홉 등 식물이 가지고 있는 맛이 아닌, 식물이 낼 수 없는 맛이라고나 할까요? 과도한 호핑에 의한 향수, 로션스러움이 아닌 뭔가 짭쪼름하고 조미료스러운... 그러면서도 깊고 진한 동물성 맛 때문에 저 개인적으로는 더 이상 마시기 어려웠습니다.

덕분에 함께 자리한 두 분께서 신나게 다 드셨죠. 닭 가슴살만 먹는 친구랑 치킨 먹으면 좋은 그런 거 비슷한.. ㅋㅋㅋㅋㅋㅋ

예전에 심코라는 홉이 고양이 오줌 맛이라는 농담을 해외 브루어들끼리 하곤 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 함께 동석한 맥덕께 여쭤보니 심코 홉이 들어갔다고 하더군요. 집에 와서 양조장 홈페이지에 가보니 Chinook, Simcoe & Amarillo 이상 3종류의 홉이 사용되었다고 나와 있네요.

뭐~ 정말 홉에서 고양이 오줌 맛이 날리야 있겠습니까? ㅋㅋㅋㅋ 제가 예전에 심코 싱글홉으로 APA를 만든 적이 있는데 맛만 있던데요 뭘~ 그 날따라 제 입이 이상했는지 어쨌건 맥주에서 난생 처음으로 느껴보는 맛을 경험했고, 솔직히 속에서 많이 부대끼더군요. 미디키님의 Black IPA, 심지어는 제 Black IPA를 마시는 것이 훨씬 나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ㅠㅠ

멀리 일본 오사카의 아사히야에서 맥주를 공수해 주신(거기 사장이 완전 강추 맥주라고 했다고 함) M2SNAKE님께 정말 죄송합니다. 이제 생각해 보니 멀리서 가져오신 분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그냥 속으로만 맛에 대해 생각했어야 했네요. 순간 느껴지는 이질적인 맛이 너무 강렬해서 저도 모르게 과잉 솔직이 나오고 말았던 것 같습니다. 죄송염~ ^^ 담에 맥파이에서 제가 한 잔 사겠습니다.

북한산 Pale Ale. 이곳 펍원에서는 Columbus Pale Ale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죠. 탭 하우스의 북한산, 그 맥주 맞습니다. 흠~~ 이 맛이야.... 근데 상당히 탁합니다.

한 잔 받고, 한 잔 더~~~~

런던 프라이드도 한 잔~ 원래 시음은 맛이 약한 것부터 센 것 순으로 가야 하는데 저희는 이 날 Black IPA - APA - EPA의 역순으로 맥주를 마셨네요. 이미 혀가 스톤에게 떡실신 당해 뒤의 맥주들이 평소보다 좀 밍밍하게 느껴졌습니다.
 
안주를 시키고 결국 다시 Black IPA로... 미디키님의 홈브루잉 맥주입니다. 처음엔 '이거 뭐 걍 스타우트네. 이게 뭔 IPA임?' 이랬는데 시간이 지나니 이상하게 몰트 캐릭터가 죽고 홉 캐릭터가 올라오네요. 보통 그 반대인데 말이죠. ㅎㅎㅎㅎㅎ 그나저나 맥덕들은 원래 이렇게 밥 먹을 때 이렇게 사진 찍나요? 복 나가게.....

통피클, 처음 봅니다. ㄷㄷㄷ;;;;;; 크게 크게 썰어 먹으니 총각김치 처럼 아삭 아삭 맛있네요~ 

다음 코스는 리틀 앨리캣입니다. 히타치노 네스트 시리즈를 맛 보러 왔습니다. 간판은 요래 생겼네요~

생맥주 탭입니다. OB 골든라거, 쾨스트리쳐, 세븐브로이 IPA, 앨리캣 이렇게 4종류가 있네요.

제일 궁금했던 에스프레소 스타우트를 시켜봅니다.

콸콸콸 잘 따르구요~

거품이 부왘ㅋㅋㅋㅋㅋㅋㅋㅋ 헤드의 때깔이 참 곱습니다.

술집에서 플래시 터뜨리면 안 됨.... -_-;;

따를 때부터 완전히 대놓고 원두커피 향이 나더군요. 아무리 특수 몰트를 잘 써도 근처에도 못 갈 것 같은 레알 커피의 아로마가 훅~ 하고 코를 찔렀습니다. 이 정도의 강렬한을 보이려면 보일링 때 원두를 이빠이 때려 넣거나, 아니면 발효 때 원두 원액을 때려 넣거나 했을 텐데.. ㅎㅎㅎㅎㅎ 이 정신나간 놈들 앵간히 해야지~~~~

아니나 다를까 재료를 보니 커피원두가 들어가 있네요. 흥미롭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좀 너무 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맥주, 아니 술이 즐겁고 재밌는 이유는 A를 안 넣었는데 A의 맛과 향이 난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어떤 홉을 쓰면 자몽을 안 넣고도 자몽의 맛과 향을 낼 수 있습니다. 또 어떤 몰트를 쓰면 커피를 안 쓰고도 커피의 맛과 향을 낼 수 있습니다. 카카오도 마찬가지죠.

너무나 원두커피 캐릭터가 강렬하다 보니 맥주에서 커피 맛이 나는 것이 아니라 커피에서 맥주 맛이 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네요. ㅎㅎㅎㅎㅎㅎ 테이크 아웃을 해 왔으니 추후 리뷰에서 좀 더 자세히 맛을 느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와서도 시음 순서가 역순이네요. 제일 강렬한 에스프레소 스타우트 다음에 화이트 에일을 마시고....

재패니스 클래식 에일까지 가세합니다.

이에 질세라 진저 에일도 합류합니다. 진저 에일은 앞에서 아무리 강한 맥주를 마셔도 절대 캐릭터가 꿇리지 않습니다. 모 브루어의 쎄종에서 생강을 좀 더 넣고, 몰티 스위트니스를 더 높인 것 같은 맛입니다. 그 모 브루어의 맥주는 이 블로그에 리뷰되어 있습니다. 제가 아쉬웠던 점을 정확히 채워주고 있는 진저 에일이었습니다.

버터 오븐구이 쥐포~ 도톰하고 실한 것이 아주 맛나더군요.

쾨스트리쳐도 한 잔~~ 이거 마시면 괴테가 빙의해서 문학적 시음기가 완성되나염? 암튼 쾨스트리쳐 잔 간지는 단연 발군입니다. 많은 전용잔 중에 벨지안 성배급이랑 붙어도 꿇리지 않을 유일한 비(非) 벨기에 맥주잔 같네요. 

이것은 거품 원심 분리기 ㅋㅋ

쾨스트리쳐를 호위하는 히타치노 네스트.

리틀 앨리캣에 왔으니 앨리캣 역시 빠질 수 없죠. 비록 전철을 놓쳐 택시를 타고 왔지만 그까짓 막차 걱정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할 수 있었던 즐거운 자리였습니다.

아이~ 씐나~~~~

덧글

  • sanmames 2012/06/29 14:47 # 삭제 답글

    조만간 홍대에 출몰해야겠네요 아흑
  • iDrink 2012/06/29 17:20 #

    에스프레소 스타우트는 햇살 좋은 날 밥 먹고후식으로 야외에서 마시면 맛날 듯...
  • midikey 2012/06/29 15:45 # 답글

    오옷 스톤에 히타치노!! 부럽습니다 ㅠㅠㅠㅠ
  • iDrink 2012/06/29 17:21 #

    모 브루어님 왜 이러세요. 사진에 찍힌 횽의 어깨는 참으로 가냘프군열~
  • 맥주곰돌 2012/06/30 12:03 # 삭제 답글

    얘들이 말로만 듯던 부엉이 맥주군요.. 풍미가 심히 궁금하네요 ㅎㅎ
  • iDrink 2012/06/30 16:28 #

    에스트레소 스타우트는 대놓고 커피더군요. 진저 에일을 제외한 화이트 에일, 에스프레소 스타우트, 재패니스 클래식 에일 3종을 사왔으니 조만간 마시고 글 올리려고 합니다. ^^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