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말인 7/14(토)~7/15(일) 이틀 동안 충남 보령 머드축제에 맥파이 친구들과 맥주 팔러 다녀왔습니다.
국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사에서 오퍼를 받아 함께 가게 된 것인데요 맥파이 사장 4명 중 1명은 한국어가 유창하고, 1명은 아주 조금만 할 줄 알고, 나머지 2명은 완전 못하는데 하필이면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는 2명 다 사정상 보령에 갈 수 없게 되었네요.
그래서 홈 브루잉과 맥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손님들에게 간단한 맥주 설명이나 썰을 풀 수 있는 한국인이 필요했는데 맥파이에 주 3회 출근 도장 찍는 진상 손님인 제가 당첨. -_-;; 도와줄 수 있냐고 연락이 왔길래 저도 나중엔 이 쪽으로 꿈이 있고, 장사하는 것도 볼 겸, 탭 기계 설치하고 다루는 법도 볼 겸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저의 임무는 크게 아래의 4가지... 네가지 없게.
1. 다른 2명의 친구들과 동일하게 생맥주 뽑기
2. 돈 관리
3. 외국인 및 한국인 손님 응대=맥주 노가리 털기
4. 현지에서 필요한 이슈 처리=펜션 주인이랑 커뮤니케이션 등
한 마디로 한국어 셔틀!! ㅡ,.ㅡ;;;

이날 차량 2대가 이동 했는데 한 대는 맥파이 친구들과 제가 탄 차량이고, 나머지 하나는 45개의 케그를 실은 냉장차였습니다. 맥파이 맥주는 비여과인데다가 효모도 죽이지 않고 그대로 살려서 유통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보통 맥주처럼 상온에 케그를 오래 노출 시키면 맛이 갑니다.
탭으로 뽑아 올리는 것은 여느 맥주와 같이 냉각기를 거쳐 뽑지만, 냉장차에 있던 시원한 케그 생맥주를 뽑아 올리는 것이니 냉각기는 거들 뿐~



테이블에는 돈도 미리 깔아 놓습니다. 거리의 악사나 거지가 영업 전에 자기 돈 그릇에 미리 돈 좀 담아 놓죠? 그겁니다.....


영업 개시하자 마자 양키들이 몰려와서 사진이고 나발이고 도저히 뭘 할 짬이 안 났습니다. 맥주 뽑고, 돈 받고, 맥주 설명해 주고, 맥주 종니 맛있다고 오바하는(아시죠? 양키들 그 특유의 리액션 ㅋㅋㅋㅋ 오우~~ 마이 갓!!! 언~~~빌리~~버블!) 외쿡인들 맞장구 쳐주고, 재료 설명해주고...
한국인 손님은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쿡인들 모여 있으면 슬쩍 피하더라고요. 그래서 제 한국말 셔틀은 별로 소용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제가 한국인이던 아니던 2명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될 일이었긴 했네요.








이날 저는 영어를 어찌나 했던지 나중엔 한국 사람한테도 영어하고, 한국사람한테 맥파이 펍 위치 설명해 주는데도 켱~니단 아라요?? 오얼 해~방~치언~~ 이렇게 한국 지명을 꼬더라고요. 24시간 가까이 영어만 듣고 말하니 귀가 조금 트이는 것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도로 다 닫혔음. ㅠㅠ

밤 사이에 천막이 바람에 의해 다 부숴졌고, 일요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여행지를 떠나는 것 같아서 아침만 먹고 영업 안 하고 서울로 올라 왔습니다. 무거운 케그 나르고, 모기한테 시달리고, 하루 종일 서 있어서 힘들긴 했지만 좋은 경험이었네요.
이번에 장사하면서 느낀 점.
1. 남의 돈 벌기 쥰내 힘들구나! 역시 회사원이 짱임.
2. 일반 한국 사람 입맛엔 맥파이 맥주도 엄청 쓰구나. 제 느낌으로는 IBU가 20 후반~30 초반 정도로 캐치되는데 펜션 이모들이랑 아저씨들은 너무 써서 못 먹겠다고 도로 하이트를 드시네요. 한국인 입맛에 맞게 하려면 IBU를 20 아래로 내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맥주 때문에 고생들을 좀 하는구나. 카스 하이트 종니 맛 없다고 맥주 줄 때마다 훠킹 카스~를 연발 하더군요.
4. 타향살이 하면 고국음식이 그립긴 그립구나. 우리가 해외에 오래 있으면 된장찌개나 김치찌개가 평범한 수준만 되어도 맛있다고 폭풍 눈물 흘리는 것처럼 말이죠. 맥파이 맥주가 물론 상당히 맛있지만, 최고다! 우왕 감동이다. 뭐 이럴 정도까지는 아닌데 미국 홉맛 좀 보더니 외국 애들이 막 울면서 먹어요. 어떤 여자 영어강사는 한국에 온지 8개월 됐는데 제일 맛있는 맥주라며 정말 정말 맛있다고 그러더군요. 에휴... 불쌍한 놈들, 니들이 카스 하이트 때문에 고생이 많네.
그래도 역시 95 : 5 법칙은 적용되는지 길거리 지나다니는 외쿡인들이 들고 다니는 맥주 태반이 맥스나 카스 그것도 캔이 아닌 패트병. -_-;; 맥파이 맥주가 한 잔에 5,000원이라 상대적으로 많이 비싸기도 했지만 그래도 결국 95%는 라이트 라거라는 걸 느꼈습니다.
제이슨~ 에릭~~ 내년엔 안 가~~~ 안녕~~~~
다음날 삭신 쑤셔서 회사에서 죽을 뻔. ㅠㅠ
덧글
아우씨 아우씨 연발하면서 불평불만 바로바로 떤지면서 뺑이치는 님 모습이 떠오릅니다ㅋㅋ
저를 노예로 써주십쇼. 예약했습니다. 예약한겁니다.
힘들었던만큼 얻어온 것도 많을거라고 생각이되네요 ㅎㅎ
그나저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맥주 입맛은 도대체 뭘까요..??
맛이 약한 맥주를 만들어서 맞춰줘야하는지~ 강하게 만들어서 길들여줘야하는지~ 고민스럽네요 ㅎㅎ
(맥주업계 종사자는 아니지만;;)
저도 몇년 전 회사 어르신들 모시고 미국으로 출장갔을 때.. 월마트가서 사무엘 아담스랑 블루문이라는 맥주를 종류별로 박스로 실어서 숙소로 왔죠..
그런데 맥주를 맛보신 최고참님께서.. 맥주 맛이 왜 이러냐고.. 왜 흑맥주만 사왔냐고 다그치셔서;; 난감했죠.. (라거인데 풍미가 강할 뿐이라고 말씀 드렸지만;;)
아무튼 다음 날 버드와이저 사다 드렸더니.. "음~ 이게 맥주지!!"라고 하셔서.. GG쳤어요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