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chor Porter(앵커 포터) - [Anchor Brewing] 상업 맥주 시음기

요즘 날씨가 날씨이다 보니 아무래도 까만 맥주에 자꾸 손이 가게 되네요. 오늘은 스팀비어로 더 유명한 미국의 크래프트 양조장인 앵커(anchor)의 포터(porter)를 마셔보기로 합니다.


Anchor Porter (미국 크래프트 양조장 치고는 맥주 이름 정말 따분하게 짓는 듯...)
Anchor Brewing
ABV : 5.6%
Style : Robust Porter


잔에 담긴 앵커 포터는 빛 한 점 통과시키지 않는 완벽한 검은 색을 갖고 있었습니다. 탄력 넘치는 흑인 운동선수같은 찰진 몸통 위에 풍성하고 진한 갈색의 헤드를 나타냈으며 헤드 리텐션은 마지막 한 모금을 비울 때까지 근성있게 남아주었습니다.

킁킁 냄새를 맡아봅니다. 진한 색상으로 인해 몇 가지 아로마를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네요. 색만 진할뿐 강하게 로스팅한 몰트(roasted malt)에서 느낄 수 있는 커피, 초콜렛 등의 구운 몰트 아로마 보다는 홉 아로마가 약간 더 우세한 듯 느껴졌습니다. 비에 젖은 축축한 숲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풀향기가 훅 하고 올라오네요. 그에 못지 않게 카라멜에 버터를 녹인 듯한 달달한 아로마도 함께 느껴집니다.

맛 역시 로스팅된 몰트에서 기인하는 탄 듯한 맛과 커피, 초콜렛스러움 보다는 새콤한 홉 플레이버가 강조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표현이 좀 어처구니가 없을지 몰라도 굉장히 '식물스런 맛'이 존재하더군요. 곡물 말고 식물스러운 맛 말입니다. 살짝 스파이시하기도 한 홉의 느낌을 지나 은은한 카라멜 플레이버와 미미한 탄 맛이 느껴집니다. 맥주에 색소라도 탔나 싶을 정도로 까만 색에 비해 로스티드 몰트 캐릭터가 약합니다. 달리 말하면 굉장히 깔끔하게 다가오는 포터네요. 비터는 달달함을 잡아줄 정도로만 약하게 존재합니다.

보통의 포터에 비해 다소 가벼운 듯한 미디엄-라이트 바디에 탄산은 여느 포터에 비해 꽤 높은 미디엄-하이 탄산 수준이었습니다. 홈페이지의 설명을 보니 자연탄산화를 시켰다고 설명되고 있네요. 보통 생산의 편리성을 위해 탄산을 강제로 주입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삼키고 난 이후에는 기분 나쁘지 않은 커피 찌꺼기 내음과 함께 드라이한 피니시로 마무리 됩니다.

앵커 브루잉 웹 페이지

앵커 포터 웹 페이지


※ 전반적인 인상
깔끔합니다. 칠흙같은 검은색이 무색할 정도로 로스팅 된 몰트의 캐릭터가 약합니다. 몰트가 강조되는 보통의 포터에 비해 홉의 존재가 두드러지기 때문에 시음 전에 예상했던 맛에서 크게 벗어나는 의외성을 보입니다. 까만 맥주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입문용으로 좋은 맥주라 생각되네요. 제 개인적인 취향에는 별로 맞지 않았는데 제가 강한 포터(robust porter)에서 기대하는 탄맛, 커피, 초코렛 맛으로 표현되는 강하게 볶은 몰트의 느낌이 미미했기 때문입니다. 홉의 존재도 너무 두드러지고요. 지극히 마초적인 포터가 제 입에는 더 맞나 봅니다. 조금 아쉽네요.



덧글

  • kihyuni80 2012/11/22 00:09 # 답글

    겉보기와 다른 녀석인가보군요!
  • iDrink 2012/11/22 10:41 #

    많이 달라요~ 좀 심심했습니다. 커피 가루를 좀 타서 먹었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ㅎ
  • 술마에 2012/11/22 08:54 # 답글

    식물스런 맛 ㅋㅋㅋㅋㅋㅋㅋㅋ
  • iDrink 2012/11/22 10:41 #

    식물포터여 ㅋㅋㅋ
  • era-n 2012/12/04 18:32 # 답글

    결론은 라벨에 그려진 닻하고 별로 안 어룰리다는 얘기로군요.
    라벨만 보명 정말 남성적인 맥주처럼 보이는데....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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