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A from the Hell
By iDrink



- O.G : 1.060
- F.G : 1.012
- IBU : 66.4
- SRM : 10
- ABV : 6.6%
- Style : American IPA

오늘은 아껴두고 아껴두었던 나의 첫 전체곡물 맥주인 [iPA from the Hell]과 작별하려고 한다. 탄산화 끝나고 2/7에 냉장도에 넣었으니 거의 약 4개월 가량 라거링이 된 상태. 원래 IPA는 탄산화 끝나고 딱 일주일 냉장고에 넣은 후 신선한 때 마셔야 제맛인데 난 이상하게 저온숙성에 대한 집착이 좀 있는 편이라 스윙탑 병의 보존성을 믿고 오랫동안 라거링을 해보았다.
* 라거링(Lagering) : 일명 저온 숙성. Lager라는 단어의 어원은 '저장하다'이다. 어디에? 찬 동굴에. 따라서 라거링이란 찬 곳에서 맥주를 보관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저온 숙성을 하게되면 차가운 온도로 인해 에일 효모의 활동이 정지되어 발효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반면, 알콜과 물, 홉즙, 맥아즙 등이 조화롭게 섞이며 맛이 좋아진다.
오랜 라거링으로 인해 칠 헤이즈가 거의 사라져서 때깔이 매우 맑다.
* 칠 헤이즈(chill haze) : 상온에서는 맑던 맥주가 냉장고의 저온 상태로 들어가면 맥주 안에 있던 단백질이 서로 뭉쳐 맥주를 탁하게 만드는 현상. 오랜 라거링으로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음.
우선 겉으로 보이는 색은 SRM 10으로 적갈색의 먹음직한 IPA의 색을 띄고 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크림과 같은 조밀하고 풍성한 헤드. 카라필스 한 톨도 넣지 않고 이 정도 헤드면... 이래서 카라필스 무용론이 있나... -_-;;;
* 카라필스(carapils malt) : 일명 덱스트린 몰트라고 부르며, 맥주의 헤드를 풍부하게 해주고 바디를 높여 주는 몰트
코에서 느껴지는 것은 아메리칸 홉 특유의 시트러시 아로마. 캐스케이드와 센테니얼 홉을 사용했는데 상콤한 감귤향이 기분좋게 훅~ 퍼진다.
한 모금 머금고 맛을 음미하면 가장 먼저 강력한 시트러시 플레이버와 비터가 느껴진다. IBU가 약 66 정도로 American IPA 치고는 평균적인 비터인데, 오늘 몸이 좀 피곤해서 그런지 더 쓰게 느껴진다. 혀 뿌리 쪽에 비터가 상당히 샤프하고도 길게 존재하는데 이 당시와는 달리 입맛이 한층 고급이 된 지금의 나로서는 그리 맛있는 비터로 느껴지지 않는다. 뒷 맛이 살짝 느끼하고 텁텁한데 이런 맛이 자꾸 날 캐스케이드 홉과 멀어지게 한다. 캐스케이드는 신선한 때는 좋은데 조금만 지나면 뭔가 조미료 같이 맛이 느끼해지는 것 같다.
몰트의 느낌은.... 종료 비중이 1.012로 약간의 잔당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몰티 스위트가 쫌 존재하는 편이다. 당화를 65도에서 했는데 온도계가 정확하지 않았는지 좀 더 높은 온도에서 당화되어 비발효당이 많이 생성된 듯 싶다. 종료비중보다 더 체감 스위트는 더 높은편.
왜 이름이 iPA from the Hell, 일명 지옥에서 온 IPA냐 하면, 그 날 같이 양조를 한 맥덕 Midikey 형이 자기는 맥주 4배치, 나 1배치, 총 5배치를 양조할 것이라고 해서 지옥의 전지훈련 아오지 탄광급의 노동강도를 예상했기에 붙인 이름이다. 결국 저질 체력으로 인해 미디키 형은 3배치 밖에 못했지만 그래도 둘 다 녹초가 되어 공방 소파에 쓰러져 지쳐 잠들었던 것이 생각이 난다. ㅋㅋㅋㅋ
추억 속의 IPA, 내 처녀작. 이 때를 기점으로 미친듯이 맥주를 만들고, 마시고, 웃고, 즐기고.... 엊그제 같은데 별써 이 녀석이 나온지가 올해 초구나. 나를 홈 브루잉의 세계로 인도한 내 첫 번째 맥주와 작별하는 오늘, 뭔지 모를 만감이 교차한다.
※ 전반적인 인상
A-IPA가 가져야 할 색, 플레이버, 아로마 모두 어느하나 튀지 않는 무난한 맥주이며, 몰티 스위트와 함께 어우러져 홉 일변도의 IPA 보다는 좀 더 밸런스가 좋은 듯 하다. 이것이 그대로 단점으로도 드러나는데 약간 맥주가 단 편이다. 아로마 측면에서 보자면 괜히 라거링 한답시고 냉장고에 오래 처박아 둔 것이 후회가 되는데, 초반의 호피한 아로마가 많이 날아가 다소 아쉽다. 스윙탑 병이니 이 정도 버텼지 패트병이면 벌써 게임오버였을 것이다. 암튼, 내 첫 작품 [iPA from the Hell] 좀 더 업그레이드하여 다시 만납시다! 홉도 좀 바꾸고~
덧글